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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 현재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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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어바웃 2021. 9. 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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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반전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대단한 스포일러라고 할 것은 없지만 오징어게임을 정주행 하고 싶으신 분들, 직접 보기 전에 1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말아 주세요.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 시즌1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 동네 꼬마들의 놀이터는 흙바닥이었다.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선을 쭉쭉 그어 다방구를 하거나 아니면 고무줄놀이, 돈가스 같은 게임. 그때 우리는 놀이로부터 무엇을 얻고 싶어 했을까. 지금의 컴퓨터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경쟁, 승리, 아니면 시간 때우기? 아무리 생각해도 '왜' 놀았는지 구체적인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때 우리는 '놀이' 그 자체를 위한 '놀이'를 했었다.

 

 

 

여기, VIP의 특별한 놀이터가 있다.

돈 없고, 아니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빚 많고, 갈 곳이 없고, 가난해서 현실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였다. 이른바 'VIP의 특별한 놀이터'이다. VIP를 모시는 이 놀이터의 감시자들은 그곳을 "누구나 평등한 규칙을 적용받는 곳"이라고 말한다. 참가자들은 첫 번째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게 된다.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와 술래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냅다 도망치던 우스운 회상을 하게 만드는 신나는 놀이. 하지만 이 놀이터에서 게임의 규칙을 어기면 무참하게 즉살을 당하고 만다. 게임에서 지면 죽고, 게임에서 이기면 사는 곳. 과연 이곳은 평등한 놀이터인가.

 

죽음을 무릅쓰게 만드는 힘, 돈

어마 무시한 집단 살상의 현장을 눈앞에서 본 참가자들은 기겁을 하고 만다. 그리고 참가자의 과반수가 게임을 계속하는 것을 반대하면 그곳을 나갈 수 있다는 규칙을 사용해, 그 곳을 빠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감시자들은 그들을 내보내기 직전,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투명 돼지 저금통에 죽은 사람 1명 당 1억씩, 엄청난 돈이 쌓이는 것을 보여주며 아쉽게 됐다고 말한다. 결국 살고자 놀이터를 떠났던 참가자들,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현실에 다시 좌절한 그들은 제 발로 다시 놀이터로 돌아가고 만다. 냉혹한 현실이나 무자비한 놀이터나, 그들에겐 별반 다른 바 없었을 거다.

 

너무도 인간적인 주인공, 기훈

이 와중에 우리의 주인공 기훈(이정재)은 너무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곳'에서 그는 약자를 배려하고, 사람의 죽음에 눈물을 터트린다. 456번, 사실 주인공의 이름이 기훈이라는 건 오징어게임을 본 사람들에게 조차 익숙하지 않다. 그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까지 456번이기 때문이다. 이 살얼음판 같은 무대 위에 왜 작가는 하필 이런 인간적인 인간을 주인공으로 세워 뒀을까. 선악의 잣대를 들이대려고 했다면 너무 시시하다. 아마도 이에 대한 의문은 시즌이 더 이어져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죽음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는 생의 가치

비로소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엄청난 돈을 소유하게 된 기훈은, 그러나 그로 인해 잃게 된 친한 형의 죽음, 집에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싸늘하게 식어 간 어머니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많은 돈을 쓰지도 않은 채 폐인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진 않았다. 마침내 그는 동굴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그 출발이 시즌2의 시작점이 될 듯하다.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을 보는 내내 나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볼 수 없었다. 마음 한편이 계속 시큰했다. 요즈음의 뉴스에서는 시국을 이겨낼 수 없는 많은 약자들이 스스로 생을 놓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우리 삶은 선물이다. 삶은 즐겨야 마땅한 놀이이다. 하지만 세상은 돈으로 놀이터를 이 말도 안 되는 오징어게임 속 게임처럼 뭉개 놓는다. 나는 삶의 가치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적어도 돈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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